집에 안 갈래, 네 옆에 있을래.

#로맨스 #자유연재


작가

혼자봐

연재 링크

https://novel.naver.com/best/list?novelId=1158633

4년만에 그를 다시 마주쳤을 때, 어느 갈라진 땅 사이, 다시 주워 올릴 수 없는 깊고 어두운 곳으로 심장을 놓친 기분이었다.

그의 모습은 여전했고, 만화의 한 장면처럼 현실감 없이 빛이 났다.

질리도록 꿈에 나타나던 얼굴, 잊으려고 별 짓 다 했던 얼굴, 이서는 그의 미소를 본 순간 알았다.

고3의 끝자락, 마음을 뒤흔들었던 그놈에게 이놈의 심장이 또 반응한다는 것을.

그놈은 항상 그랬듯 숲 속의 여우만큼 유혹적이게 눈꼬리를 휘었다.

"이서야, 내가 바람 피우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잖아."

또 그 말이다. 이서를 혼돈 속으로 밀어 넣었던 그의 쪽지, 그런 말을 남기고 훌쩍 떠나서 연락 한번 없던 놈의 그딴 쪽지 따위 애저녁에 시시콜콜한 장난으로 치부해버렸다. 그래야 속이 곪아 터지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이서하."

"애인 있으면 정리해. 그 정도는 봐줄 테니까."

이런 여우 같은 말에 넘어가면 안 된다. 이건 분명, 또 장난이니까. 너 같은 놈에게 휘둘려, 나만 힘들고 끝나버릴 장난이니까.

그의 말을 장난으로 치부하고 넘기려고 했는데, 그가 뜬금없이 바지 주머니에 종이 하나를 꺼냈다.


2024-09-26 00:41:46 업데이트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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