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시스템 좀 해킹하겠습니다

#여주현판 #대형견남주 #다정남주 #로코지향 #연상연하 #먼치킨여주 #먼치킨남주


작가

안화

연재 링크

https://page.kakao.com/content/61200772

시비는 언제 어디서 걸릴지 알 수 없지만 그걸 굳이 던전에서 걸어야 했을까.

“아까 경매 직원들이 너한테 극진히 대접하는 걸 봤는데 말이야. 탐험가랬지? 대단한 아이템 찾았다며?”

아, 내 가짜 직업 중에 탐험가도 있었지, 참.

탐험가면 전부 비실할 거란 생각에 아무렇지도 않게 시비를 건 게 뻔했다.

서련이 탐험가는 아니지만 비실한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비실한 나보다 네가 더 비실할 걸?’

후드를 눌러 써 자신의 얼굴을 상대가 보지 못하는 걸 확인한 서련은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해킹할 각성자 선택’을 사용하셨습니다.

곧바로 그 헌터의 상태창이 눈앞을 채웠다.

-스킬 ‘해커의 장난질’로 해당 각성자의 방어력이 43에서 2로 일시 하락합니다.

-30분 후 스킬 효과가 취소되며 정상으로 돌아갑니다.

아직 자신의 몸 상태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했는지 시비 거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알려주기 위해 서련은 주먹을 쥐었다.

“아아악!”

배에 주먹이 꽂힌 헌터가 비명을 질렀다.

일그러지는 표정은 지켜보던 서련이 조금 미안해 질 정도로 아파 보였다.

아니...방어력을 많이 낮추긴 했지만 설마 근력 스텟이 10밖에 되지 않는 내 주먹에 한 방에 나가떨어질 줄은 몰랐지.

서련은 다시 스킬을 사용했다. 헌터가 아직도 아파서 고개를 못 들고 있는 게 살짝 미안하기도 하니 더 때리진 않겠지만, 조금 남은 짜증도 풀어야 했다.

-스킬 ‘퀘스트 해킹’으로 해당 각성자가 수행중인 퀘스트를 해킹합니다.

망설임 없이 원래 퀘스트 내용을 싸그리 지워버린 후, 태연히 던전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내용으로 바꿔 놨다.

-해당 각성자의 퀘스트가 ‘시비 건 거 사과하기’로 바뀌었습니다.

헌터가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이게 지금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는데.”

차유현의 가라앉은 목소리를 관리창 너머로 보고 있던 서련은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움츠러들었다.

차유현은 기본적으로 선하고 상냥한 사람이다. 더불어 웬만한 일에는 화를 내지 않는다.

근데 착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고, 그가 화를 내지 않는 마지노선을 넘으면 가차 없다.

그리고 지금 평소에 쓰던 존댓말은 어디다 팔아먹고 반말을 하는 걸 보면 매우 화가 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럼 내가 건드린 마지노선은?

“당장 이 퀘스트 치워.”

지금 준 퀘스트가, 내 정체 들킬까봐 다른 사람하고 친하게 지내라는 퀘스트였지.

“내가 모든 사람하고 친해지고 싶어서 헤실헤실 웃고 다닌 거 같아? 네가 언제 시스템으로 나를 보고 있을지 모르니까 일단 웃었어. 네가 밝은 사람이 좋다고 해서.”

서련은 시스템 키보드 위에 올린 손을 머뭇거리며 무슨 답장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답장이 오지 않는 짧은 시간. 잠시 입을 꾹 다물고 감정을 삼키는 것 같던 차유현은 다시 존댓말로 말했다.

“정체 밝히기 싫은 건 알겠는데, 내 마음은 무시하고 이렇게 다른 여자랑 엮으려고 하는 거 싫어요. 아니...조금, 상처 받은 것 같아요.”

상대의 정체도, 연락처도, 아무것도 모르고, 오직 상대의 다정함만 아는 차유현은 혹시나 그녀가 자신을 더는 찾아오지 않을까 두려워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살짝 울 것처럼 보였다.


“시스테, 저랑 내기하지 않을래요?”

차유현은 풀죽어 있는 것 같더니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얼마나 어려워도 상관없으니까 퀘스트를 줘요. S급 던전을 혼자 깨라는 거나, 던전 브레이크를 단 한 명도 부상자를 내지 않고 해결하라는 것도 괜찮아요. 대신 그 보상에 ‘시스테와의 만남’을 걸어줘요.”

왜 그렇게까지 하는데. 시스테는, 서련은 묻고 싶었다.

아무리 차유현이 헌터 랭킹 1위든 뭐든 말도 안 되는 퀘스트다.

차유현의 몸이 부서질 만큼 노력하면 가능할까 싶은.

“대신 내가 퀘스트를 실패하면 다시는 시스테랑 만나고 싶다는 말 안 할게요.”

<왜 패널티로 그걸 걸어?>

“그래야 더 이 악물고 할 수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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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7 02:02:35 업데이트 됨